수업 내내 졸았다. 수업 전부터 머리가 붕 떠있는 느낌이기는 했다. 며칠째 새벽까지 야근하기도 했고, 쌓여만 가는 일에 대한 압박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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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1교시와 2교시의 양상이 다르기는 했다. 1교시는 정말 졸렸다. 하품을 하는 와중에도, 고개를 끄덕끄덕 하는 주위 사람들이 보여서 조금은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 학기에서 가장 낯선 과목이기는 하다. 온종일, 복습 생각 뿐이었다. 2교시에는 넋이 나갔다. 이쪽은 반대로 재미가 없었다. 건성으로 수업을 들으면서, 11시에 갈 수 있는 식당을 찾고 있었다. 며칠째 식사를 건성으로 하기도 했고. 검색하는 메뉴가 혼술로 점점 기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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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탔다. 얼마 가지 않아 전 직장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취기가 묻어나는 목소리. 옛 전우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중이라고 하더니, 전무님 전화가 왔다며, 다시 걸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가 다시 걸려오면,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전화는 다시 걸려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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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내리기 전에, 다른 곳에서 또 전화가 왔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고객. 형님들. 시끌시끌하다. 내심 반가운 마음에, 그 쪽으로 넘어갈까요, 하고 물었더니, 아니란다. 하긴 시간이 애매하기는 하다. 수업 시간이, 그렇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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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했던 식당은 이미 마감이고. 큰 길로 나오는 골목에 그럴듯한 가게가 있길래 들어갔다. 앉자마자 한 잔을 털어넣었다. 며칠 간 마시지 않아서 그런지, 쓴 맛이 덜한 것 같다. 배가 고픈지도 잘 모르겠다. 술잔을 채우다가, 통화가 가장 짧았던 형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후회될 것 같은 애교가 자꾸 섞인다. 후회하려나. 에이, 그럼 좀 어때. 후루룩 적어서 보내놓고 한 잔을 더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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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기는 한데, 왜 맛이 덜한 것 같지. 기계적으로 밀어넣다가, 갑자기 글라스 생각이 났다. 쭈뼛거리며 글라스 있을까요, 했더니, 사장님이 싱긋 웃으시며, 얼음도 같이 드릴까요, 라고 물어보신다. 오. 네, 조금만요. 글라스에 소주를 부어서 우물우물 마셨다. 맛은 잘 모르겠다.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다음에 한번 더 찾을 것 같기는 하다. 오늘의 소소한 변주가 뭉클한 기억이 될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