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퇴사한 막내의 편지와 선물을 받았다. 사이트에 두고 왔다며 친절하게 스포일러를 알려주고 가기는 했다. 와인인데요. 소주를 좋아하는 분한테 어울리는걸 추천해달라고 했다며. 야, 그냥 진로 한 병만 사줘도 충분한데, 하고 웃었지. 평소처럼 점심을 거르고, 스탭들이 나간 사이에 손을 가볍게 씻고서 편지를 열어보았다. 나도 모르게 은근히 걱정했었는데, 자극적인 내용은 없구나, 하고 다시 편지를 살펴본다. 잘은 모르겠지만, 동글동글하게 인삿말을 눌러적었을 그 아이의 마음이 어땠을지 궁금해진다. 그저, 싱숭생숭 했으려나. 만약 이 편지를 조금 일찍 읽었더라면, 아직 그 친구가 손 닿을데 있었다면, 이렇게 얘기해주면 좋았을 걸, 싶다. 정대리, 넌 부족하지도, 별난 사람도 아니었다고. 자네 덕분에 나도 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