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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1 10:15

정대리 입니다 :)...제가 많이 부족하고 별난 사람이어서 가르치실 것도 많고, 화가 날 때도 많으셨을텐데 참 죄송해요....앞으로는 하고 싶은 프로젝트 마음껏 하시면서 누리고 사셨으면 좋겠어요!지금은 광야와 같은 시기지만, (저한테도 그랬구요) 돌아보면 좋은 동료와 상사와 함께해서 견딜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하고 응원합니다 🌸 - 정대리. 경기도 사는 막내. 내가 여기서 만났던 스탭 중에서 가장 일 잘했던 친구. 막상 퇴사 회식도 함께 하지 못했다. 편지 한 장 남기고 떠난 후배. 더 잘해주고 싶었다. 응원할게.

!/dia-logue 2024.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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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퇴사한 막내의 편지와 선물을 받았다. 사이트에 두고 왔다며 친절하게 스포일러를 알려주고 가기는 했다. 와인인데요. 소주를 좋아하는 분한테 어울리는걸 추천해달라고 했다며. 야, 그냥 진로 한 병만 사줘도 충분한데, 하고 웃었지. 평소처럼 점심을 거르고, 스탭들이 나간 사이에 손을 가볍게 씻고서 편지를 열어보았다. 나도 모르게 은근히 걱정했었는데, 자극적인 내용은 없구나, 하고 다시 편지를 살펴본다. 잘은 모르겠지만, 동글동글하게 인삿말을 눌러적었을 그 아이의 마음이 어땠을지 궁금해진다. 그저, 싱숭생숭 했으려나. 만약 이 편지를 조금 일찍 읽었더라면, 아직 그 친구가 손 닿을데 있었다면, 이렇게 얘기해주면 좋았을 걸, 싶다. 정대리, 넌 부족하지도, 별난 사람도 아니었다고. 자네 덕분에 나도 참 ..

!/mo-ment 2024.10.22

Interim

이것저것 메모 같은 글을 적고 있다. 포스팅에 익숙해지려고 그러는 것도 있지만, 정리해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까워서 남겨두었더니 계속해서 모셔두는 것 같아서, 언젠가는 다시 먼지가 내려 앉더라도 깨끗이 씻어 넣어두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 내가 쓰고 있는 outliner 안에도 그러한 것들이 넘쳐나길래, 하나씩 꺼내보고, 비우려는 중이다.   Interim하나의 document가 계속해서 쌓이고, 다듬어지는걸 반복하는 과정에서 너무 무거워 진 것 같아서, "새 파일" 만들듯이 "임시 문서"를 만들고 싶었다. 뭐라고 할까, 하다가 생각난 이름. 접두어처럼 앞에 세워놓고, Interim 시리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랬는데 ... 이제는 Interim도 무겁고, 많다 ... )

~/croquis 202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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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클라이언트가 조용한 편이길래 아예 퇴근 시각 전에 본사로 넘어왔다. 사람이 많은 낮 시간대는 조금 어색하다.-창 밖으로 보이는 여의도공원과 한강이 퍽 근사하다. 참, 가을이구나. 오늘 낮에는 혼자서 밥 먹으러 다녀오는 길에 산책이 하고 싶었다. 도저히 다른 음악이 생각나지가 않아서, 아껴두었던 가을방학을 딱 한번만 들었-내 자리가 생겼다. 호텔링 끄트머리, 명당은 아닌 것 같지만. 생각할수록 멋지다. 막상 진급은 별 감흥이 없었는데, 고정석이라니, 생각도 못했었다. 책상에 칫솔 꽂은 컵을 올려두고 싶어서 이직을 했었는데, 그리고 다시 나왔었는데. 다시 할 수 있겠구나. 아, 컵에 두면 지저분해 보이려나. 어쨌든 본사 근무가 조금은 즐거워졌다.-한번에 해치우기 어려운 큰 숙제들만 남았는데, 머리에서..

!/mo-ment 2024.10.11

afterthought

어쨌든, 가장 많이 한 일은 "컨설팅" 이다. 자문이라고도 하고, 용역이라고도 하고. 그게 consulting이든, advisory든. project 혹은 engagement 형태의 일을 주로 했고, 하고 있다. 프로젝트라는 형태에서 오는 특징이 있다. 새로운 상황을 자주 겪는다. 아무래도 스트레스 또한 자주 받는 것 같다. 그리고, 배운다. 과거의 경험이 견고해지기도 하지만, 다시 겪는 일 조차 새롭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일을 하면서, 하고 나서, 드는 생각들이 있다. 가끔은 적어놓고 싶었다. 나름대로 post-mortem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그보다 단편적인 것들이 떠올랐을 때, 사라지기 전에 갈무리하고 싶었다. 지식보다는, 적절한 metaphor 같은 것들. things,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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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숙하게 스탭들을 30분 먼저 퇴근시키고 혼자서 국밥을 채워넣고서 본사로 왔다. 고정석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나보다. 모자란 비품도 없다. 지하에서 큼직한 커피를 사들고 올라와서 자연스럽게 연속 동작으로 밀린 일을 이어서 했다.-잠재 고객으로부터 무언가를 요청받는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흥분되는 일이다. 손수 리서치를 돌리고, 한 땀 한 땀 번역까지 해서 자료를 채워본다. 절차를 다 복기할 수 없을 정도로 손이 많이 간다. 그리고 아직은, 빠르지 않다.-Triage. 내가 리서치로 찾아낸 보고서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Triage 였는데, (보고서 작업을 포함하는) 내 일을 분류하려고 (리서치 전부터) 랩탑에 포스트잇으로 붙여놓았던 단어라는게 참 ... 이상했다. 재귀적이라고 해야하나. 손바닥만한 종잇장..

!/mo-ment 2024.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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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이다.-시월의 첫 날 아침에는 비가 내렸다. 반가웠다. 길었던 올해 여름의 꼬리를 끊어주길. 비가 그치자 쌀쌀한 느낌이 들 정도다. 반팔 티셔츠 위에 두툼한 셔츠를 걸치고 나갔다. 실내에서는 여전히 반팔. 창문을 열어놓는 이 절기가 좋다.-시월 며칠, 이 아닌 시월까지만 부르고 싶다. 받침이 빠지는 달. 유월과 시월은 이만큼 지나온 것을 떠올리게 할 지, 저만큼 다가올 것들을 그려보게 할 지, 모호하지만, 여름을 앞둔 유월의 둥근 양감보다, 겨울을 앞둔 시월의 서느런 질감이 좋다.-시월의 첫 날도 바쁘게 흘러갔다. 며칠인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게 지나갈 것 같지만, 쿨하게 보내길.

!/mo-ment 20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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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내내 졸았다. 수업 전부터 머리가 붕 떠있는 느낌이기는 했다. 며칠째 새벽까지 야근하기도 했고, 쌓여만 가는 일에 대한 압박도 있고.-정확히는 1교시와 2교시의 양상이 다르기는 했다. 1교시는 정말 졸렸다. 하품을 하는 와중에도, 고개를 끄덕끄덕 하는 주위 사람들이 보여서 조금은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 학기에서 가장 낯선 과목이기는 하다. 온종일, 복습 생각 뿐이었다. 2교시에는 넋이 나갔다. 이쪽은 반대로 재미가 없었다. 건성으로 수업을 들으면서, 11시에 갈 수 있는 식당을 찾고 있었다. 며칠째 식사를 건성으로 하기도 했고. 검색하는 메뉴가 혼술로 점점 기울고 있었다.-택시를 탔다. 얼마 가지 않아 전 직장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취기가 묻어나는 목소리. 옛 전우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중이라..

!/mo-ment 2024.09.28